인터넷 누벼 짜깁기한 ‘자본주의 그림자’ ‘포스트캐피 탈…’ 연 스페인 작가 안두하르

90년대 이후 정치적 이미지 모아 세계순회
9·11 등 주요사건 비판적 해석 관객과 공유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노순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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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1층 간이 아카이브에 앉은 다니엘 가르시아 안두하르. 뒤편에 그의 작품인 이미지 연대표들이 보인다.

“이미 우리 사는 세상은 이미지, 정보 도서관이 됐어요. 당연히 이미지 생산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

그는 작가라기보다 온세계 인터넷을 누비는 이미지 채집가다. 세계의 온갖 사건, 광고 등의 이미지들을 부지런히 긁어모아 짜깁기하고 전시로 포장해 2년여 전부터 세계 곳곳을 돌며 순회전을 열고 있다. 그의 정체가 뭘까? 내공이 간단치 않다. 웹 이미지로 90년대 이후 자본주의를 성찰한다는 진지한 화두와 전시 콘텐츠를 웹상에서 관객에게 100% 개방한다는 나눔 정신이 있다. 관객들은 새 이미지를 덧붙여주는 동료 겸 조력자가 된다.

인터넷 이미지들을 대중과 공유하고 전시하고 공부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다듬어온 스페인 작가 다니엘 가르시아 안두하르(44)는 “관객은 내게 ‘유저’들”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개막한 그의 첫 한국 전시인 ‘포스트캐피탈아카이브 1989~2001’(이하 포스트캐피탈·6월13일까지)은 “이미지 폭주의 세상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관객과 고민하며 완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가 활동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05년 시작돼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국 베이징, 터키 이스탄불 등에서 선보였고,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도 초청돼 눈길을 모았다.

“10여년간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모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파일 등 25만개가 넘는 이미지 관련 자료들을 짜깁기하고 관객들이 새 이미지들을 덧붙여주면서 만든 스펙터클이죠. 1989년과 2001년이란 해가 제 작업에서는 각별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과 9·11테러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2001년 사이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다종다양한 이미지들로 보여주는 것이죠. 포스트캐피탈(후기 자본주의) 시대 자본주의는 어디까지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려 했어요.”

전시는 막상 보니 만화책처럼 술술 읽힌다. 1989~2001년 시기를 전후한 사건과 현상들을 줄줄 나열한 이미지 연대표(타임 라인)나 9·11테러 미스터리를 다룬 동영상, 게임과 실제 전쟁 이미지들을 ‘짬뽕’한 블랙박스의 영상 ‘명예’ 등이 대부분 눈에 익숙한 자극적인 광고 이미지나 유튜브 동영상 이미지들을 얽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 도시 사이의 새로운 경계와 이를 빠져나가려는 난민들의 몸짓, 자극적 영상 속에 통제의 전략을 발휘하는 광고의 맨얼굴 등이 드러난다. 9·11 때 불타는 세계무역센터 사진에 ‘우리가 재건하겠다’는 문구를 넣은 완구사 레고의 광고나, 목매달린 주검 옆에서 밧줄 놀이를 하는 아프리카 소년병 사진 등이 눈길을 끈다.

“전시하는 도시마다 특유의 시각 이미지들이 덧붙으면서 매번 이미지 구성이 바뀝니다. 한국도 용산 참사 현장과 재개발 현장, 광주 망월동 5·18 신구 묘역과 용산 전쟁기념관 등을 찾아가봤는데, 급속 개발과 민주화 등의 대비되는 양상들이 빚는 긴장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서울은 테크놀로지의 힘이 도시 표면에 막 넘치더군요. 지하층에 한국 이미지만으로 전시를 꾸렸습니다.”

이미지 정치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생뚱맞지만, 천안함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지 물었다. “9·11테러 같아요. 어느 한쪽 주장도 진실을 단정하기 어렵고, 분단이 낳은 복잡한 층위들이 깔려 있죠. 분명한 건 프로파간다(선전) 수단으로 쓰일 소지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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